본문 바로가기
SMALL

시 소개43

봄 타기 좋은 시 - 봄 시 모음, 봄 시 두 편 (1)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길, 정호승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첫사랑,.. 2023. 3. 3.
첫눈 오는 날 - 겨울 시 모음 (1) 요즘 며칠 너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제 밤에도 캄캄한 밤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캄캄한 마음이었다 몇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캄캄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안았다 - 첫눈, 나태주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2022. 12. 27.
맹인 부부 가수, 정호승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눈사람도 없는 겨울밤 이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 없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며 세상 밖을 돌아가는 사람들뿐 등에 업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달래며 갈 길은 먼데 함박눈은 내리는데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랠 부르네 눈 맞으며 어둠 속을 떨며 가는 사람들을 노래가 길이 되어 앞질러 가고 돌아올 길 없는 눈길 앞질러 가고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건질 때까지 절망에서 즐거움이 찾아올 때까지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며 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며 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 봄이 와도 녹지 않을 눈사람이 되었네 - 맹인.. 2022. 12. 15.
첫 마음, 박노해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겨울나무로 서 있는 벗들에게 ​ 저마다 지닌 상처 깊은 곳에 맑은 빛이 숨어 있다 ​ 첫 마음을 잃지 말자 ​ 그리고 성공하자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 첫 마음으로 ​ -첫 마음, 박노해 첫 마음 연말이다. 창밖에는 눈이 가볍게 내리고 있다. 나무 등허리에는 햇살이 내린다. 햇살과 눈이 만들어낸 눈부심이 오늘을 밝고 기운차게 해 준다. 연말이 되어 나는 올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본다. 올해는 새 학교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나의 한 해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시간이었지 싶다. 사람을 배울 수 있어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알찼다.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과정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아.. 2022. 12. 14.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