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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43

스며든 적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 현대 비판시) 시인의 말 분열하고 명멸해왔다.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2008년 봄, 심보선 서평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유머로 빚어진 아이러니의 세계이다. 자잘한 일상 속으로 거대 담론들이 비집고 들어오고, 심각한 허풍과 과장 속에 누추하고 슬픈 삶의 한 단면이 아프게 생의 절실한 무게를 환기시킨다. 보잘것없다고 짐짓 너스레를 떠는 화자의 유머 속에는 이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숨겨져 있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독특한 비유의 공간 속에 현실주의자의 차가운 꿈을 심어놓는다. 인상적인 시 구름이 내게 모호함을 가르치고 떠났다 가난과 허기가 정말 그런 뜻이었나? 나는 불만 세력으로부터 서둘러 빠져나온다 그러나 그대들은 나의 영원한 동지로 남으리 우리가 설령 다른 색깔의 눈물을 흘린다 한들 굳게 깍지 꼈던 두.. 2023. 10. 23.
누가 돼지라 하는가 (『노동의 새벽』, 박노해, 민중시) 시인의 말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암울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며 활동하는 노동 형제들에게 조촐한 술 한 상으로 바칩니다. -1984년 타오르는 5월에 박노해 서평 『노동의 새벽』은 노동자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박노해의 첫 시집이다. 그의 시는 이 땅의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이룩하고자 노력한 고통의 산물이다. 여기에는 패배와 일어섬의 연속적인 과정 속에서 이제 참된 노동의 부활, 노동의 해방, 민주주의의 실현, 민족통일의 달성을 향한 부릅뜬 눈동자가 박혀 뚫린 가슴, 잘린 팔다리, 아니 혼백으로라도 기어이 그날에 이르고야 말겠다는 민중해방의 정서 그 자체가 뭉뚱그려져 있다. 이러한 대립과 해방, 통일의 민중 정서와 의지는 민중문.. 2023. 10. 21.
『혼자 가는 먼 집』허수경, (표정 2, 청년과 함께 이 저녁) 혼자 가는 먼 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며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2023. 8. 16.
『바다는 잘 있습니다』이병률 (사람, 사람의 재료) 첫 번째 근무했던 학교에는 조그만 산책로가 있었습니다. 가운데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었고, 그 주위를 보도블록으로 둘렀는데 초등학교 운동장 만했지요. 저도 가끔 학교 일로 속 시끄러울 때 선생님들과 걷곤 했습니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어떤 비밀이라도 품어줄 것 같아 그런지, 아이들은 저마다 보드라운 연애 이야기 하나쯤은 꺼내 놓고 있었지요. 그곳에 한 정자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곳에서 시 구절 나누기를 했었지요. "이거 내가 산 시집인데, 아무거나 하나 골라봐라 얘들아. 그리고 마음에 드는 구절 몇 소절 낭송해보재이" 그렇게 시를 낭송했지요. 그중 이병률의 '사람'이라는 시도 있었습니다. 그때 이병률 시인의 시를 알게 되었지요. 그 순간부터 이병률은 아이들과 제게 낭만을 선물해 준 시인이었습니다... 202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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