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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43

『노랑』오봉옥 (노랑, 한강대교 2) '요즘은 독해가 어려운 모호성을 조성하는 추세가 보편화되어 있다. 또 동어 반복의 타성에 빠지면 스스로 자기 자신의 아류가 돼 버리는 현상이 생긴다(유종호)'. 저는 농부 시인 서정홍을 좋아합니다. 그의 시는 참 쉬우면서도 거짓이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라 그렇습니다. 가끔은 다정하고도 쉬운 언어로 다가오는 친절이 반갑습니다. 단순함에는 눈높이를 맞추는 배려가 묻어 있기에, 그리 쓰는 게 오히려 어려울 때가 많지요. 이 시를 보고 저는 고마운 마음이 우선 들었습니다. 친절한 언어이지만 깊은 마음을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백자가 휘황한 무늬로 치장하지 않고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처럼, 이 시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냅니다. 이 시인의 시들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감정의 이입과 사물의 관찰이 진지하면서도 밝게 느.. 2023. 8. 4.
『회복기』허은실 (회복기 1, 꾸다 만 꿈) 제주도에 여행을 갔습니다. 소소한 책방이라는 곳에 들렀더니 '숨겨둔 책'이라고 포장된 시집을 팔고 있었지요. 소개하는 글귀에 '이 책은 앓고 난 후, 조금씩 나아지던 기분 좋은 가벼움'이라 쓰여 있었습니다. 글귀가 맘에 들어 무턱대고 구매를 했지요. 포장지를 벗겨내니 '회복기'라는 시집이었습니다. 찬찬히 읽어내다 보니 소개했던 글귀보다는 내용이 무거웠습니다. 평론가(선우은실)의 말처럼 이 시집에는 사회적 사건들을 다룬 내용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못난 모습들이 시를 통해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회복기라는 시집의 제목이 궁금하게 되었습니다. 왜 회복기일까? '회복기 1'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 겨우 쓸 수 있을 것 같아 / 두 마음은 왜 닮은 것인지 /.. 2023. 8. 3.
공터의 사랑, 허수경 (사랑 시)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공터의 사랑, 허수경 출처: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사) 기억도 썩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억이 썩는 것을 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망각 없이 살아가는 삶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마음을 다치게 하는 수많은 일들을 우리는 마주하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중한 것들이 주위를 떠나갈 때, 망각하지 않는다면 쇳덩이 같은 마음.. 2023. 6. 15.
서시, 윤동주 (내면 고백 시, 성찰 시)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호연지기는 '사람의 마음에 차 있는 너르고 크고 올바른 기운'이라는 뜻입니다. 정약용은 이를 얻기 위해서는 거짓을 말하지 않고, 부끄러운 마음이 일절 없어야 된다고 하였지요. 즉, 지와 행이 합일이 되었을 때 호연지기는 자연스레 나오는 맑은 기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은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한 마중물로 보아야 옳다고 하겠습니다. 즉, 부끄러운 마음을 배운 후에라야 그것을 고치려는 행동이 따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부끄러움을 가지고 살아가.. 202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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