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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43

귀천 - 천상병 (깨달음 시, 달관 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 천상병 - 중에서 오늘 사랑하는 이와 함께 벚꽃을 보러 갔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함께 돗자리를 깔고 햇볕을 가득 쐬었다. 얼굴 가득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우리는 잠시 명상을 했다. 5분 정도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아무 말도 안 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평소에 내가 너무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말을 할수록 주위 소리가 사라진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왜.. 2023. 4. 2.
지금은 우리가 - 박준 (인연 시, 요즘 시, 예쁜 시)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지금은 우리가, 박준 -출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오늘 26살 이후로 연락을 끊고 지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당시에는 무엇인지 서로 다투어 연을 끊듯이 말을 해두었던 사이였다. 늘 남들에게 건네는 말보다는, 내가 속으로 만지고 있는 말들이 늘 말썽이다. 가만히 있다가도 문득문득 가슴을 툭툭 건드린다. 말과 맘에도 빛이 있나 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리워질 때 반짝반짝 빛이 나면서 눈 부시게 하나보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오랜만에 친구와의 연락은 참으로 감사.. 2023. 4. 2.
나무 - 천상병 (믿음 시, 소망 시)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나무, 천상병 오늘 본 영화인 '이보다 좋을 순 없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당신은 내가 더 멋진 남자가 되도록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했다. 상대에 대한 믿음은 이다지도 무턱대고 찾아오는 것 같다. 내가 지금 그녀에게 받는 사랑과 믿음은 이 시에 나오는 화자와도 비슷하지 싶다. 그녀는 나의 가능성을 봐준 사람이다. 가능성은 현재에만 집중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미래.. 2023. 3. 30.
꽃이 되어 새가 되어 - 나태주 지고 가기 힘겨운 슬픔 있거든 꽃들에게 맡기고 부리기도 버거운 아픔 있거든 새들에게 맡긴다 날마다 하루해는 사람들을 비껴서 강물 되어 저만큼 멀어지지만 들판 가득 꽃들은 피어서 붉고 하늘가로 스치는 새들도 본다. -꽃이 되어 새가 되어, 나태주 -출처: 시집 (문학사상사) 오늘 학생이 준비해 온 시다. 읽으며 생각한 것이 김용택 시인이 사랑하는 시를 모은 시집이었다. 그 제목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가줄지도 몰라'였던 듯하다. 요즘따라 부쩍 사람들이 우울감을 많이 느끼는 듯하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희망이라는 것도 습관인지라, 유튜브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암울한 기사들을 보면 희망을 연습할 시간도 부족하다 싶다. 그러나 이런 우울감이 단순히 떠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우울함 속에 갇혀있..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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