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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귀천 - 천상병 (깨달음 시, 달관 시)

by 짙음새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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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 천상병

- < 시 읽는 기쁨, 정효구 지음 > 중에서

 

 오늘 사랑하는 이와 함께 벚꽃을 보러 갔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함께 돗자리를 깔고 햇볕을 가득 쐬었다. 얼굴 가득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우리는 잠시 명상을 했다. 5분 정도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아무 말도 안 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평소에 내가 너무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말을 할수록 주위 소리가 사라진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왜 평소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걸까? 요즘 너무나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끄럽다는 것은 단순히 들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듯하다. 속 시끄럽다는 말이 있듯이, 보고, 느끼는 것 모두에서 시끄러워질 수 있는 것 같다. 시끄러운 소리들이 특히 요즘 유튜브만 봐도 수두룩하니, 그동안 내가 받았을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요즘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무얼 원하는지, 무얼 할지 몰라 서성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 학교에서도 한 선생님을 볼 때 그런 마음이 든다. 갈팡질팡 아직 마음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계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요즘 삶의 낙'이 없다고 하셨는데,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마음이 많이 쓰였다. 자신의 일상에서 사소한 행복이라도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스스로 돌아보며 정돈하는 시간이 있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하고 계신 듯했다. 이러한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 '나는 신이다'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렇게 '혐오'의 의도가 명확한 다큐멘터리는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맞는 말이었다. 다큐멘터리의 역할이 사회 고발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너무나 혐오의 의도가 명확한 다큐멘터리는 경계할 필요는 있을 듯하다. 그 이유는 혐오로 혐오를 치유할 수 없다라는 단순한 명제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움은 힘이 강력하다. 그러나 그 강력한 미움을 통해서 이익을 보는 세력이 있으니, 혐오가 만연하지 않겠는가? 최근 한 강의에서 남녀 갈등이 심하다고 하며,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는 이유에 대해 답변을 들었다. 이유는 매우 명확했다. 혐오를 통해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이비 종교들을 보면 '벌하라'는 이야기를 교주들이 자주 한다. 혐오는 명확한 대상을 통해 현실의 문제에서 멀어지게 한다. 나치가 유대인을 혐오하며 나치당원들의 결속을 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당시 독일도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그 경제적 어려움을 덮어두고 해결한 듯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 바로 혐오라 하겠다.

 그래서 오늘따라 천상병의 시가 눈에 띄는 것 같다. 천상병의 깨달음은 '좋고, 싫음'을 초월한 세상에 대한 사랑인 것 같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을 초월하는 것 같다. 그 자체로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누군가가 잘못되었다고 따지지 않는다. 그저 지내고 있는 삶 자체가 긍정의 대상이다.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 하늘로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그가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모습 때문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가 삶에 대해 긍정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는 단순한 가르침이 스스로에게 깃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인간으로서 증오하고 사랑하는 그 감정을 넘어서 가질 수 있는 기쁨이 바로 자연에 있는 듯하다. 내가 오늘 햇볓에 내 시끄러운 말들을 내려놓았듯이 말이다. 나의 말을 내려놓을수록 들리는 자연의 말들에 오늘은 집중하며 삶을 그 자체로 사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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