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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노랑』오봉옥 (노랑, 한강대교 2)

by 짙음새 2023.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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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독해가 어려운 모호성을 조성하는 추세가 보편화되어 있다. 또 동어 반복의 타성에 빠지면 스스로 자기 자신의 아류가 돼 버리는 현상이 생긴다(유종호)'. 저는 농부 시인 서정홍을 좋아합니다. 그의 시는 참 쉬우면서도 거짓이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라 그렇습니다. 가끔은 다정하고도 쉬운 언어로 다가오는 친절이 반갑습니다. 단순함에는 눈높이를 맞추는 배려가 묻어 있기에, 그리 쓰는 게 오히려 어려울 때가 많지요. 이 시를 보고 저는 고마운 마음이 우선 들었습니다. 친절한 언어이지만 깊은 마음을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백자가 휘황한 무늬로 치장하지 않고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처럼, 이 시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냅니다.

 이 시인의 시들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감정의 이입과 사물의 관찰이 진지하면서도 밝게 느껴집니다. '노랑'이라는 제목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시작은 늘 노랑이다. 물오른 산수유나무 가지를 보라. 겨울잠 자는 세상을 깨우고 싶어 노랑 별 쏟아 낸다. 말하고 싶어 노랑이다(노랑 중)'. '노랑'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노랑에 '시작'이라는 의미를 입힙니다. 그 비유는 참 보드랍습니다. 노랑으로 그려낼 수 있는 이미지가 이처럼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시인이 알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시집은 제가 중고서점에 가서 한 눈에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책이 노란색이었기 때문입니다. 눈에 띄는 노랑으로 시집을 만들어낸 시인. 어쩌면 그 생명력을 시집들 사이에서도 피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단순히 보드라운 시들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먹먹한 시들도 참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네 사지 위에서 잠시 잠깐 흔들릴 때 바람 탓이라 여긴다. (···) 사람들은 모른다. 세상을 짊어지기 위해 불끈 힘을 주고 있는 네 종아리의 서글픔을. (···) 지친 제 얼굴을 비춰보다가 눈을 질끈 감아 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을(한강대교 2 중)'.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깊은 좌절과 절망도 그는 시들에서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그의 시는 구체적인 삶 속에서 함께 하는 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배려있는 언어로 우리 삶을 그려낸 시. 그 시를 읽다 보면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는 말이 함께 떠오르니 묘합니다.

 


저 죄 많은 두 발 짐슴은 시인이란다. 끼끼, 시를 쓴답시고 지금 동강을 간단다. 절집을 찾는단다.

··)

저들에겐 고통을 키우는 유전자가 있단다. 너희는 아득한 구멍 속에서 캄캄한 희열을 느끼지만 저들은 환한 길을 가면서도 터널 같은 외로움을 

 

느낀단다. ··)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두 발 짐승으로 태어났을꼬. 몇 생이나 닦아야 우리 같은 존재가 될꼬?

-「어미 쥐의 말씀

 

 

세상은 이것 때문에 싸운다

이것이 있느니 저것도 있고

저것이 있기에 이것도 있는 법인데

이것밖에 모르니 세상은 싸운다

··)

남이 있기에 자기도 있는 법인데

자기밖에 모르니 세상은 싸운다

-「이것

 

 

 

 

누가 돼지라 하는가 (『노동의 새벽』, 박노해, 민중시)

시인의 말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암울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며 활동하는 노동 형제들에게 조촐한 술 한 상으로 바칩니다. -1984년 타오르는 5월에 박노해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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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의 사랑, 허수경 (사랑 시)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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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 - 천상병 (깨달음 시, 달관 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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