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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희망 시, 의지 시)

by 짙음새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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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꽃과 사랑, 꽃과 삶이 유사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시인은 시에서 꽃은 사랑처럼 흔들리면서 그리고, 삶과 같이 젖으며 피어난다고 말한다. 흔들린다는 것은 주위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용기가 있는 것이다. 듣지 않는 자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마음 또한 들음으로써 흔들린다. 그래서 흔들린다는 것은 귀한 일이다. 시인은 여기서 흔들리는 속성을 사랑에 비유한다.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들음으로 시작된다. 이해인은 '귀로 듣고 / 몸으로 듣고 / 마음으로 듣는 / 전인적인 들음'만이 진정한 듣기라 한다. 사랑은 들음으로써 그 사람에게 자신이 흔들리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삶이 흔들리고, 그 긴장이 끝나 상대와 내가 점점 조화를 이루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라 하겠다.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은 꽃과 같다. 헤겔은 '과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 이유는 과정 역시 결과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헤겔이 말하듯, 꽃에게는 흔들리는 과정 또한 꽃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꽃의 아름다움 속에는 '흔들림'이 떳떳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속성에도 흔들림이 들어있다. 또 사람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흔들리고 있다면 나는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하게 '젖는다'는 것이 상징하는 '슬픔' 또한 우리를 사람이게끔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정호승 시인은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에서 '이기적인 기쁨'보다 '다정한 슬픔'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 시에서 기쁨밖에 모르는 '너'에서 '슬픔'을 주겠노라고 말한다. 슬픔은 공감이다. 타인의 괴로움을 보고 함께 슬픈 마음이 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잘 살자'라는 이름 하에 인간적인 슬픔마저 지우고 살도록 강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충분히 흔들리고, 슬퍼하는 자에게는 인간으로서 성숙이라는 아름다움을 피워낼 수 있다. 우리는 나라의 청년들은 괴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몇 어른들은 그렇게 이야기한다. 당신들의 어린 시절과 비교했을 때 현재의 경제 수준은 누구나 잘 먹고살 수 있다며 흔들리고 슬퍼하는 것을 잔인하게 밟아버린다. 우리는 흔들리고 슬프다는 것을 직시하고 싶다. 그래야 인간으로서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 불균형 수치나 출산율, 우울 지수 등 다양한 지표들이 나타내고 있으나 그들은 무엇 때문에 괴로워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게 수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고통을 주는 요소들을 되려 찾아내는 피로감을 갖는다. 그들을 흔들리지 못하게, 또 젖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타인을 위해 충분히 흔들리고, 슬퍼하는 시간이 청년들에게서 박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정의감이 어른들에 의해 왜곡된 사회는 이미 미래가 없다. 타인을 위한 흔들림과 슬픔은 청년들을 움직이는 순수이기 때문이다. 청년다운 순수함을 위해 정의로운 말 한마디에 힘을 실는 연대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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