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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듣기, 이해인 (이해 시, 소통 시, 경청 시)

by 짙음새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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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듣고

몸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고

전인적인 들음만이

사랑입니다

 

모든 불행은

듣지 않음에서 시작됨을

모르지 않으면서

잘 듣지 않고

말만 많이 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네요

 

아침에 일어나면

나에게 외칩니다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하루의 문을 닫는

한밤중에

나에게 외칩니다

 

들었니?

들었니?

들었니?

-듣기, 이해인

 

 오늘 나는 듣지 못하고 내 말만 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음성에 여린 분노가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출근길을 배웅한다는 작은 설렘이 오늘은 무거움으로 내 저녁을 누르는 듯 느껴진다. 그만큼 통화기 너머로의 시간을 많이 쌓아왔는지, 오늘따라 그 빈 5분이 시리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 5분이라는 무거움 뒤 내 자리라는 듯 떳떳하게 미안함이 찾아왔다.

 괜스레 비가 원망스럽다. 그러나 가만 보니 비가 원망스럽다는 건 어리석은 합리인가 싶기도 하다. 오늘따라 오기를 부렸다. 내 방에서 크게 통화하고 싶다는 욕구가 오늘따라 샘솟았다. 내 마음속의 분노로, 전화에 화답했으니 그이의 음성이 내 감정에 물들지 않을 수 있었으랴 싶다. 

 감정을 빨고 말리는 과정은 수고스러운 일이랴마는, 이는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날의 날씨가 일을 결정하는 것이니 만큼, 나는 신경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어 가만 휴대폰을 쳐다본다. 11시를 넘는 시각인데, 잠이 오질 않고 날씨를 원망한다. 가만 보니 내일은 추울 것 같다. 구름이 끼지 않은 날씨이면 좋겠거니와, 내일 구름이 설사 낀다고 하더라도 사과를 해야 하겠다. 

 그녀의 시간에 따듯하고 포근한 웃음들이 머물렀으면 좋겠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일터로 갔으니, 어쩌면 다른 날보다 움직임이 더딜지도 모르겠다. 그 더딘 움직임에 응원과 위로가 되어주는 말들이 오갔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마음을 털어놓을 좋은 말동무가 곁에서 '오늘 무슨 일 있냐'고 조용히 다가가 줬으면 좋겠다. 내 걱정이 문득 따듯한 기다림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오늘 밤이 춥더랬다. 씩씩하게 괜찮다는 말에 나는 답해주지 못해 눅눅해졌다.

 

 

 

스며든 적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 현대 비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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