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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그 많은 피드 속 나는 왜 우울한가 ? - 고독한 군중

by 짙음새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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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고독한가?

  “선생님 인스타 하세요?” 한 학생이 내게 물었다. 인스타그램은 우리네 삶에 너무나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매 순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매 순간 말이다. 특히 ‘좋아요’ 기능은 사회적 보상을 준다. 이에 우리는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쥐고 그것을 수시로 살펴본다. 스마트폰이 대화를 앗아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한 공익광고를 본 기억이 있다. 그때에는 심드렁하게 ‘뭐 문제가 있겠느냐’ 했지만, 지금은 왠지 마음 한 귀퉁이가 불편하다.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써야 할 시선을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마트폰에게 쓰고 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어플을 통해 매 순간 연결되어 있음에도 우리는 외롭다. 통계청에서 제공한 자살률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가슴이 시큰해진다. 그리도 많은 관계망을 갖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우울감을 갖고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마음을 위로받지 못하고, 또 서로를 믿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완서 작가도 말하듯이 우리는 참 이해가 가지 않는 세상 속에 놓여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세월을 살았던 어른들도 세상은 이해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오늘은 그중 고독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데이비드 리스먼은 ‘고독한 군중이’라는 책에서 타인 지향형과 내부 지향형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현대인들이 고독함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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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화 덕분에 점점 더 빠르게 축소되는 세계에서

온갖 인종과 국가와 문화와 접촉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 아래에서

내부 지향형의 인내와 창의력 따위는 그다지 필요 없어진다.

-238p

 

 내부 지향형은 어떠한 행위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뜻의 동기가 스스로에게 있다. 즉 어떠한 것들을 성취하는 이유도 스스로의 발전과 스스로의 목적 의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목표에 따른 동기 중 ‘숙달 목표’에 의해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숙달 목표는 동기가 타인에게 있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있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피아노를 잘 치고자 하는 이유가 ‘피아노를 칠 때 재미가 있어.’, ‘피아노를 칠 때 내 마음이 안정이 돼.’ 등으로 스스로의 마음 상태를 기준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타인 지향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는 수행 목표를 동기의 중심으로 보는 인간의 유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타인 지향형의 경우 피아노를 잘 치고자 하는 이유로 ‘저 친구보다 잘하고 싶다.’, ‘내가 잘 치면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줄 것이다.’ 등으로 기준을 남에게 두게 된다.

 우리 사회는 특히나 타인 지향형으로 살아가기 쉬운 것 같다. ‘남들보다 더’라는 맹목적인 목표가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사람들의 사고를 마비시키고 있다. 좋은 직장의 기준이 있는가? 좋은 삶은 어떤 삶인가? 좋은 배움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사유가 들어가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선택의 기준은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다. 남들보다 나은 직업이 좋은 직업이고, 남들보다 잘 사는 것이 좋은 삶이며, 남들보다 많이 아는 것이 좋은 배움이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사라져 간다. 무엇이 이런 맹목을 가져다 오는 것인가?

 

 

정보의 범람과 인간

남이 자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이토록 신경 쓰는 시대는 지금까지 달리 없었다.

-244p

 

 데이비드 리스먼의 책 ‘고독한 군중’은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에 쓰인 책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때의 걱정이 지금의 것과 유사한 것일까? 그 책에서는 타인 지향형을 만들어내는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밝히고 있다.

 

필자는 미국 사회의 많은 성격 형성 요인들 가운데서도

특히 자본주의, 공업화, 도시화에 중점을 두어 접근하려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전제하에 현대 미국의 도시 사회를 타인 지향형에 의거해서

순응성을 확보하는 사회의 전형으로 여겨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240p

 

 자본주의, 공업화, 도시화는 현대 사회를 이루는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인간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게 되었다. 산업화는 자본주의의 한 형태인데, 상품을 생산하고 그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그 본질이기 때문이다. 도시화 또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거대한 사회적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창출하고 효율적으로 사회를 유지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들이 타인 지향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의문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왜 타인 지향형 인간을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나는 최근 자본주의가 정보의 힘을 빌려 인간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특히 알고리즘에 의해서 특정 사람들에게, 특정한 영상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매우 꺼림칙하게 느껴진다. 학교에 노동 운동과 관련된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강사님이 ‘자본주의라는 야수에 재갈을 물릴 수단이 필요하다’라고 하였다. 자본주의는 자신의 덩치를 더욱 불리기 위해 온갖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사회를 효율성이라는 명목하에 인간을 소외시킨다. 특히 실업과 관련된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풀 수 없는 가장 큰 사회적 문제라 생각한다.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상품이 더 이상 물건에 국한되지 않게 되었다. 정보화와 자본은 교묘하게 결합해 인간을 상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재런 러니어라는 사람이 테드 강의에서 밝힌 바가 있다. 그는 ‘제3자에게 돈을 들여야만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우리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이다.

 우리의 광고 시청이 그것을 보게 만들어준 회사에게 ‘돈’이 된다. 이는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서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알고리즘에 의해서 계속해서 광고를 시청하게 되고 결국 우리가 그들의 상품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상품이 된다는 것은 매우 섬뜩한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러한 모습은 동영상 플랫폼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과 쉽게 확산될 수 있다는 힘을 바탕으로 우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특히 요즘 세대와 관련한 용어 MZ가 유행하고 있는데, 왜 이런 말들이 쉽게 향유되는 것일까?

 

매스 커뮤니케이션은 외부 세계와 개인 사이에서 점점 더 강력한 매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타인 지향형 인간은 정치적 사건을 ‘심벌’을 통해서 경험한다.

이 경우 정치적 사건이란 원자화되고 개인화된, 또는 사이비 개인화된 사건일 뿐이다.

-242p

 

 MZ라는 용어는 어쩌면 상징일 수도 있다. ‘민들레’라는 잡지에서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용어는 세대를 구분하여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추측이었다. 이러한 심벌과 맞물려 우리는 정보의 범람 속 계속해서 파편화되어 가고 있다.

 고민을 빼앗아 와야한다. 더 이상 남에게 우리 일을 귀찮다 맡길 때가 아닌 것이다. 이미 자본은 우리 구석구석 침투하여 우리를 인간으로부터 서서히 소외시켜가고 있다. 우리는 상품이 아님을 자각하고, 주체적으로 나아갈 때 고독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은 주체가 아닌 상품으로 수동적인 삶을 강요받을 때 오는 것이지 않을까? 진정한 의미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70년 전 한 학자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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