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개

현재를 즐기는 법 - 죽은 시인의 사회

by 짙음새 2023. 3. 27.
SMALL

교육이란 무엇인가

나는 여러분에게 아이비리그 진학 이상의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자신 있게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83p

 

 로저스는 자신의 상담 이론에서 자아실현에 대해 언급한다. 그는 사람들은 모두 꿈과 희망 즉,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잘 이끌어주는 것이 상담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서른이 넘어선 나는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은 진정으로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일까? '진정', 혹은 '참'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런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처럼 추상적이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하면 설레는지, 즐거운지 알고 있다. 나는 오후에 커피와 빵 한 조각을 먹으며 잡담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여자친구와 통화하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일요일 저녁에는 마음에 드는 영화 한 편을 틀어놓고 막걸리 한 잔 하는 것도 좋다. 이네들은 어쩌면 거창한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긴 한다. 그러나 삶의 기쁨이란 작은 순간들의 집합인 것 같기도 하다. 그 작은 순간들이 즐거움으로 채워진다면 삶의 기쁨이라는 단어도 조금씩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나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면서 설렘을 느낀다. 오늘도 학생들과 함께 '죽은 시인의 사회'를 함께 나누며 나를 돌아보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한 학생이 '해야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것'으로 바꾸면 행복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매우 재미있는 생각이라, 그 질문을 중심으로 아이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일상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들 하는데, 사실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현대사회에 부쩍 많아진 듯하다. MZ세대가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한다는 뉴스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이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들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김현수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주제는 요즘 젊은이들 이해하기였다. 매우 흡입력 있는 강의로 기억에 남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우울한 이유의 근원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두어 설명했다. 계층 간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의욕이 상실되고 좌절과 우울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생각에 매우 공감했다. 사회적 불평등은 교육에서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 교육은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수능 시험도 공정하다고 볼 순 없다. 슈테른의 폭주설에 따르면 개인의 기질은 사회적 환경에 따라 나타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사회적 환경이 인간의 실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입시 교육은 겉으론 공정의 탈을 쓰고 있지만, 면밀히 들어가면 사회적 불균형이 그대로 복제된 결과일 뿐이다. 이러한 교육 속에서 학생들은 썩어가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공부해서 좋은 직장을 얻어',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라는 외재적 목적으로 강요받는다. 이러한 교육은 교육이라 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교육 현장을 둘러보면 형식적 교육이 판을 치는 시국 속에서 학생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 서로 비교하고 순위를 매기는 교육이 어찌 사회를 튼튼하게 만드는 교육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경쟁의 교육이 문제라고 김현수 교수도 언급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지.

그리고 그것을 반드시 믿어야 한다.

-176p

 

 저마다의 개성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하는데, 모든 것들은 현대적으로 다원화되어가고 있으나 교육에서 만큼은 한 목소리를 강요받고 있다. 독특한 개성은 기질을 살리는 교육이라 하겠다. 우리 학교에서 퇴임하신 한 선생님께서 '탤런트'를 살리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개인의 기질은 한 방향으로 강요하는 교육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지선다형으로 옳고 그른 것을 판별하는 능력 외에도 사회에서는 다양한 능력들이 요구된다.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을 발표한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지능이 있다고 하며, 타고난 지능을 통해 다양한 지능을 함께 배양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지능은 현재의 교육 방식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생각한다. 형식주의적, 출세주의적 교육을 씻어내고 화합과 협력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협력의 기본은 대화이다. 이에 듀이라는 사람도 민주주의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교육은 대화를 통한 상호협력적 교육이다. 협력적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 쪽 의견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판단, 타인과의 상호작용, 설득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민주주의 교육을 외치면서도 그것을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을 함께 고민해 볼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예술이란

 이 책의 이름은 '죽은 시인의 사회'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책에서 키팅 선생이 웰튼 스쿨에서 조직한 시 나누는 모임의 이름이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로 부른 것은 그 모임의 정회원은 죽어야만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시인들은 죽어서도 이렇듯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 그럴까? 시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기 때문일 듯하다. 

 

시, 낭만, 사랑, 아름다움이 세상에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85p

 

 시대를 넘어서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지금 정치를 보면 정말 어지럽다. 어지럽게 얽힌 국제 관계, 썩어가는 사회 구조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리나라는 침전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어지러움 속에서 특이하게 나타나는 것은 예술이라 생각한다. 최근에는 풍자만화로 사회면에서 큰 이슈가 된 적도 있었다. 예술이란 이렇듯 살짝 비켜가며 사회를 향해 웃음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예술이란 인간으로서 추구할 수 있는 어떤 본질적인 것에 가까운 듯하다.

 비인간 동물들은 예술적 활동과는 거리가 먼 행동들을 보인다. 그러나 인간들은 확연히 동물과 구분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 하우저는 초기 형태의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과는 먼 행위였다고 말한다. 그 뒤로 주술적인 행위와 분화가 되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의 형태가 나타났다고 한다. 인류는 무엇 때문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물로 나아갔을까? 무엇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술 작품들을 보면 오브제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뒤샹의 변기를 살펴보면, 전혀 다를 것 없는 변기에 사인 하나 덜렁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예술품이라고 사람들은 칭한다. 피카소의 황소머리라는 작품은 300억 원에 거래가 되었다. 그러나 살펴보면 폐자전거 안장으로 만든 매우 단순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찌 사람들은 300억이나 되는 호가에 거래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예술이라는 것은 오브제 이상의 것에 의미를 둬야한다는 것이지 않을까? 작품 그 자체를 뛰어넘는 것. 그것을 우리는 예술이라 할 수 있겠다. 뒤샹의 변기는 정치인에 대한 조소가 포함되어 있다. 변기보다 더 더러운 정치의 현실을 보고 유쾌하게 토해낸 것이 바로 변기라는 작품이다. 피카소의 황소머리 또한 우리에게 다양한 생각들을 제공한다. 황소머리는 추상의 극치이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황소의 형태를 자전거 안정을 통해 우리는 끌어낸다. 결국 우리 머릿속에 있는 황소는 도대체 무엇인가? 안장을 통해서도 황소를 떠올릴 수 있다니 말이다. 그러나 피카소는 "만약 황소머리만 보고 이것을 만든 자전거 안장과 핸들을 보지 못한다면 이 조각은 그 효과를 어느 정도는 잃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즉 모든 것들은 형상만으로 존재할 수 없고, 질료를 매개한다는 말을 전하고 있는 것도 같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과도 이어지는 철학적인 의문이라 하겠다. 즉 이러한 작품 내에서 등장하는 철학적인 의문과, 익살 등은 인간으로서 추구할 수 있는 무엇인가라 생각한다.

 

 고문, 독약, 투옥, 대중의 비난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145p

 

 위의 대사는 키팅 선생이 아이들과 축구를 하면서 시킨 쪽지 내용이다. 믹스가 외친 이 구절은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힘이 있는 말이다. 과연 위의 문제들이 현대로 오면서 해결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시인들은 혹은 문학가들은, 혹은 예술가들은 이러한 인간으로서 매우 당연한 고민들을 사회에 던지는 사람들이었다. 사회가 고립될수록 예술은 그 목소리를 높여 생명력을 표현한다. 그 생명력은 사회를 넘어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소모임에 정회원이 되는 것은 어쩌면 사람이 죽는 것으로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영원한 예술의 세계로 편입되어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즉 사람은 죽어 사라질 수 있으나, 인류의 고민과 아름다움, 가치들은 시대를 넘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된다. 예술을 추구하면서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본질에 가장 근접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023.10.19 - [책 소개] - 딴 이름이 되어 주세요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딴 이름이 되어 주세요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오로지 사랑만을 주제로 쓴 비극 작품이 바로 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하지만 이 비극에서는 비극의 침울함을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오

kowriter30.com

 

 

우린 모두 난쟁이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소외된 삶에 대하여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68p 우리나라 2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교육 분야 양극화

kowriter30.com

 

 

오늘도 23시에 퇴근했나요? - 나는 4시간만 일한다 (1)

무엇이 성공인가? 유튜브 광고를 보면 유독 '성공'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주식으로 성공한 삶,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삶, 갭 투자로 성공한 삶 등. 이러한 광고들은 부가 성공한 삶의 척도라

kowriter30.com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