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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진달래꽃, 김소월 (이별 시, 아름다운 시)

by 짙음새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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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진달래꽃에 나타난 죽음

 누군가와 이별한다는 것은 고된 일입니다. 풍치가 빠지는 이유는 오래 쌓인 치석 때문이라고 하니, 시간도 쌓인다면 회복되지 않은 빈자리가 되는 것이겠거니 싶습니다. 이별의 자리는 허전함을 넘어, 시리도록 사무치는 감정입니다. 더러는 입맛도 잃고, 더러는 방향을 잃는 이들도 많습니다. 지낸 동안의 관성이랄까요. 몸에 배어 있는 시간들이 이별한 이를 떠올리게 하고, 자신의 잘못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진달래꽃은 이별한 이의 심정을 그려내는 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요로도 불릴 만큼 우리나라에서 이 시를 모르는 이는 드물 것입니다. 이 시에서 화자는 이별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며 다짐합니다. 그러나 표현과 의도는 다르다는 것은 시의 맥락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을 우리는 '반어법'이라고 칭하며 무수히 시험 치고, 반복해 왔었지요.
 그러나 단지 반어법으로 표현한 이별 시로 단순하게 환원하기에는 시의 깊이가 넓고, 남달라 보입니다. 반어법, 전통적 서정, 민요적 율격이라는 교과서적 표현으로 시를 외우기엔 시 자체에 드러난 화자의 마음이 너무나도 애끓습니다.
 또 이 시가 단순히 이별 시로서 해석되고 넘어가기에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선 님이 떠나는데, 꽃을 뿌린다는 행위가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떠나는 사람을 보고 꽃을 뿌려줄 수 있겠습니까? 역겹다고 표현하는 사람을 축복한다니요. 그것은 공자, 맹자, 예수님, 부처님이라야 가능한 행동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시의 화자는 너무나 평범해 보입니다. 반어로 표현했듯, 전체적인 '한'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꽃을 뿌리는 행위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필요가 생기게 됩니다.
 우리는 언제 꽃을 뿌릴까요?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꽃은 예식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이별하는 예식은 무엇인지 돌이켜 더듬어보면, 상례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누군가 상을 당하면 화환을 보냅니다. 이때 꽃은 죽은 이의 마지막을 슬퍼하는 마음으로 뿌리는 것입니다. 유재천 교수는 이러한 꽃의 특징으로 진달래꽃을 해석합니다.
 즉, 진달래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의미를 조금 더 구체화시킨 것이지요. 여기서 말하는 이별은 생을 달리 한 이별, 즉 임의 죽음에 따른 슬픔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꽃을 지르밟고 가는 행위도 해석이 되겠지요. 꽃을 즈려밟고 임이 가는 곳은 어디일까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가는 공간이라 하겠습니다. 아울러 '나 보기가 역겨워'라고 말하는 것도 '넋두리'로 해석한다면 더욱 매끄럽게 의미가 와닿을 수 있습니다. '영감아. 내가 싫어서 먼저 갔재?'와 유사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진달래꽃도 '만가'로 해석하면 그 의미가 구체화되며 더욱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같은 의미의 시라도, 그것을 해석하는 근거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누가 더욱 문학 작품에 생명을 부여하는 해석을 하느냐, 그 생명이 움직일 때의 개연성을 튼튼하게 받쳐두느냐가 예술을 더욱 다채롭게 할 수 있는 것이겠다 생각합니다.

 

 

 

진달래꽃, 김소월 (이별 시, 아름다운 시)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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