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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신경림 시 모음 (가난한 사랑 노래 외 2편)

by 짙음새 202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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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농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벼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발마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사회에서 도가 행해지고 있지 않는데, 부유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공자는 말합니다. 개인은 큰 흐름에서 사회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부도덕한 것들이 버젓하게 행해지고 있는 사회에서 성공과 부귀는, 그 사회에 편승해 얻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일제 강점기에 잘 살았던 사람들을 우리는 존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과 재산을 바쳐가며 독립을 위해, 마른 곳보다는 진 곳에서 악전고투하던 독립 운동가들을 기립니다. 시인들도 그러한 맥락에서 함께라 생각합니다. 어지러운 사회에서 시인도 행복하고도 희망찬 내일을 노래하기엔 어렵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시는 모방인 이유이고, 시가 모방하는 것은 개인을 넘어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는 슬픔과 괴로움을 여실히 드러낼 수 있는 장르로서 그 기능을 담당해 왔습니다. 특히 신경림 시인은 시대의 고통을 고스란히 시로써 감내해 낸 듯한 느낌이 시 전반에서 느껴집니다. 회피하지 않고, 어딘가 고장 나고 삐걱거리는 사회를 그대로 시에 담아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가난합니다. 그러면 어른들은 항상 이렇게 꾸짖습니다.

 '나가서 일해봐라. 너희 때만큼 편한 시절이 어디 있냐'

 옳습니다. 그때에 비해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더라도 굶어 죽지 않도록 벌어먹고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이 바라는 것이 그뿐이겠습니까? 취직, 결혼, 출산 그 모든 것들을 그들의 관점에서 입맛 따라 이야기합니다. 청년들을 위해 지금껏 열심히 노력했다며, 지금까지 열심히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일구어내려 애썼다며 스스로를 기립니다. 또 요새 청년들은 정신력이 약하니, 의지가 없다느니 하는 투의 말로 답답해합니다. 그러나 어찌 청년들만의 일이라 하겠습니까?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그 이전 세대의 사람들보다 더욱 처참합니다. 1억을 모으기도 녹록지 않습니다. 학자금 대출이나마 안 남아 있다면 오히려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어른들이 살라는 대로 열심히 살아왔던 것인데, 어떻게도 이렇게 가난해졌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청년들이 가난하다고 하여도 그들이 취직, 결혼, 출산 등 사랑, 우정, 희생, 봉사를 잊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 누구들보다 맑은 계층입니다. 무엇이든 주체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려 기꺼이 나설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회든 청년들이 그 나라에서 가장 맑고 정의롭습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청년들에게 어떤 교육을 가르쳐 왔습니까? 너와 나를 나누고, 군림하기 위한 교육인 입시에만 청년들을 매어놓고, 그들이 사회로부터 눈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청년들은 피 터지는 경쟁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나누며 연대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에는  왜곡된 현대사도 한몫했겠습니다. 잘 먹고 잘 살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허용되는 현대사에서 청년들은 이성적으로 변했습니다. 어른들이 바라는 올바른 청년으로 재고 따지며 성장한 것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청년들을 두곤, 어떻게 그들만 탓하려는 것인지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들로 하여금 부도덕한 사회가 있다면 이에 편승해서 살아가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비록 가난할지라도 정말 놓쳐선 안 될 것이 있음을 이해하는 청년들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불의가 무엇인지를 알고, 사회를 위해 관심 갖는 청년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청년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사회적 담론들이 퍼져나가 정의에 대한 맑고 고운 담론들이 사회 가득 흘러야 될 것입니다. 그를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이 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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