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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 프랑시스 잠

by 짙음새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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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항아리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일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듯한 달걀등을 거두어들이는 일.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

 

 우리 학교는 농업을 중시한다. 설립 정신부터가 평민 교육을 담아낸 훌륭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학교에 지내다 보면 아이들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 둘러보게 되면 아이들은 화단에 꽃을 심느라 흙을 파내며 하하 호호 저마다 웃음기를 입가에 가득 머금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다. 예전에는 참 대단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따라 그리 별 대단한 이유를 찾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오늘 수업을 하며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장면이 나왔다. 사람들은 왜 현재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프랑시스 잠의 시를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자연에서 멀어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작은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었다. 작은 땀을 흘리며 작물을 심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마트에 가면 온갖 먹을 거리들이 즐비해 있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수고를 할 필요도 줄었다. 요즘은 밀키트라는 것이 나와서 사람들이 쉽게 전자레인지 따위에 데워먹고 쓰레기는 일반으로 버리기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간편한 삶인가. 단지 따분한 일과를 버티기만 하면 알아서 척척 맛있는 음식들이 나온다. 그렇게 편하기 때문에 잃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정직한 땀 한 방울이지 않을까 싶다. 마르크스도 분업화의 문제에 대해 늘 그의 저서에서 언급한다. 분업화가 되면서 자신이 노동하며 만든 산물을 실제로 보지 못하고 그것은 자본가가 소유하여, 노동으로부터 노동자가 소외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노동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리도 철학자들이 강조했을까?

 나는 노동이 인간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본질적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애덤 스미스도 노동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한다. 노동, 즉 움직이는 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준다. 프랑시스 잠도 인간의 일들을 위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위대한 일들은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 그리고 따듯한 달걀등을 거두어들이는 일.' 등 아주 사소한 일들이라 하겠다. 이러한 사소한 일들이 왜 그에게 소중한 것처럼 느껴졌을까? 인간으로서 생명운동이 바로 이런 작은 노동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지 않을까? 오늘 도서실에 있는 고무나무가 위태한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렸다. 바쁘다는 핑계로 작은 생명들을 가꾸는 사소하기에 귀한 일들을 망각했으니 말이다. 내일은 생명으로 내 삶을 채워넣을 수 있을까? 사소한 노동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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