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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무지개, 윌리엄 워즈워스

by 짙음새 2022.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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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건대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 무지개, 윌리엄 워즈워스

돌려주다

 사람들은 왜 기를 쓰고 돈을 모으려고 할까? 아마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돈이 필요할까? 아마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불편한 것들이 참 많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이 돈이 없다면 어려워진다. 역설적인 것 같기도 하다. 의, 식, 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본질적인 요소인데, 이들이 돈이 없으면 어려워진다는 것이 말이다. 돈이 없더라도 이네들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영위해야 할 것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자본이란 인위적 제도가 없는 자연 상태에서 의, 식, 주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도 참 어렵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생산력도 발달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윤택해진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자본주의는 효율성이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굴러가는 수레 바퀴다. 그 수레 안에는 다양한 것들이 실려 있을 수 있겠으나, 대표적으로 욕망이 실려있을 것이다. 이러한 욕구, 욕망은 개인을 성장하게 만든다. 사회를 굴러가게 만든다. 이는 필연 사회를 생동감 넘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그 수레에 담긴 욕망의 크기가 계속해서 커지고, 결국 인류는 그것을 굴리기 위해 수레바퀴를 더 큰 것으로 꾸준히 갈아 끼웠다. 그러다 수레바퀴에 사람이 깔리는 지경이 이른 것. 그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가 빼앗긴 것들이다. 수레에 깔려 납작해져 버린 것들은 참 많다. 자연을 느끼는 감각, 잘은 못해도 무언갈 해 볼 수 있는 기회, 휴식과 여유. 그 모든 것들은 효율성이라는 바퀴에 납작하게 눌리어만 간다. 우리들은 어디를 가기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달리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돌려주는 것에 대한 자각이 필요할 것 같다. 내어놓는다는 것은 순환이다. 순환은 대개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농촌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있다. 그는 서정홍이라는 분이다. 서정홍 농부 시인은 자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그의 시와 수필에서 드러낸다. 자연은 순환을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말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자각은 자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요한 깨달음이다. 봄에는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피를 뽑고, 가을에는 수확을 하고, 겨울에는 쉬며 찾아올 다음 해를 기다린다. 봄은 생명을, 여름은 성장을, 가을은 결실을, 겨울은 소멸을 보여주며 순환한다. 이러한 순환은 자연의 언어이다.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질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쇠귀(신영복)는 일출에서 일몰의 모습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저서 「처음처럼」에서 말한다. 일출은 태어남, 일몰은 사라짐이다. 사람들도 순환하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생성과 소멸의 굴레에 맴돌게 된다. 그러나 요즘은 삶에 대한 욕망이 강해서 그런지, 평생 죽지 않을 것처럼 소유하려 든다. 건물주가 되는 것이 꿈이고, 정말 멋진 차를 소유하는 것이 꿈이다. 심지어 사람마저 소유하려 든다. 최근 스토킹 등으로 사람을 괴롭히다가 살해하는 뉴스가 자주 등장한다. 살인은 인류가 쌓아온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유산을 짓밟아 버리는 행위라 생각한다. 그런 행위가 최근 들어 자주 보이는 것에 사람들을 도구화해가고 있는 문명의 힘이 분명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도구가 아니기에, 소유할 수 없다. 그러나 인류 문명은 욕망을 정당화시키는 자본이라는 소유의 틀로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사람들을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 쇠귀는 특히 그의 저서들에서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견제할 수 있는 대체 사상이 없음을 '강의'라는 책에서 밝히고 있다. 획일화되어가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욕망을 통해 살아남고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자각해야할 것이다. 박목월의 「산이 날 에워싸고」를 읽어보면 자연이 우리 인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것에 대한 자각. 이것이 현재 우리들이 잊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윌리엄 워즈워스가 말한 바와 같이, 어린이가 어른의 아버지인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순수성 때문이다. 그 순수성은 자연으로부터 도래한 것이다. 아직까지 사회화되거나 물들지 않은 어린이는 그 자체로가 자연이고 순수이다. 그렇기에 어른들은 잃어버린 순수를 아이들을 통해 다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하는 워즈워스의 말은 우리가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더 잘 알려준다. 우리 사회는 꿈을 꾼다. 부자의 꿈, 선진국의 꿈, 성공의 꿈, 권력자의 꿈. 이러한 꿈들은 모이고 모여 집단적인 몽유로 나아가게 된다. 사람들은 서로를 헐뜯고, 서로를 속이고, 서로를 믿지 아니하고, 서로와 가까이하지 않으려 한다. 서로의 꿈이, 타인의 희생 위에 세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쇠귀 선생의 말처럼, 꿈보다 깸이 먼저다. 우리가 왜 자연으로부터 멀어졌는지, 욕망으로 굴러가는 우리 사회에서 내가 어디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을 고민하면서 말이다. 깨어나는 것은 고통스럽다. 현실이라는 것은 너무나 무겁고, 무섭기에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언제까지 숙제를 미뤄둘 수는 없는 일이다. 깨어나자. 자연의 부름에 귀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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