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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의 사랑, 허수경 (사랑 시)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공터의 사랑, 허수경 출처: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사) 기억도 썩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억이 썩는 것을 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망각 없이 살아가는 삶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마음을 다치게 하는 수많은 일들을 우리는 마주하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중한 것들이 주위를 떠나갈 때, 망각하지 않는다면 쇳덩이 같은 마음.. 2023. 6. 15.
주체로서의 삶은 가능한가?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놀이와 삶 인지 통제 이론에 따르면 내적 동기가 유발된 상태에서 외적 보상이 주어질 경우 학습 동기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즉 동기는 자발성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자발적인 삶이 바로 주체적인 삶이라 할 수 있다. 모래사장에서 아이들이 모래성을 쌓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 아이에게 모래성을 쌓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행위이다. 여기에 모래성 몇 개를 쌓으면 얼마를 준다고 한 사람이 이야기하면 그 아이는 얼마 못 가서 그 행위를 멈출 것이다. 보상이 주어지는데도 그 아이의 동기는 감소한다. 리오타르(1924~1998)는 그의 저서(영화: 이론, 강연)에서 이러한 자발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던진다. '켜진 성냥은 소비된다. 일하러 가기 전에 커피 물을 데우고자 당신이 성냥으로 불을 켠다면, .. 2023. 5. 15.
서시, 윤동주 (내면 고백 시, 성찰 시)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호연지기는 '사람의 마음에 차 있는 너르고 크고 올바른 기운'이라는 뜻입니다. 정약용은 이를 얻기 위해서는 거짓을 말하지 않고, 부끄러운 마음이 일절 없어야 된다고 하였지요. 즉, 지와 행이 합일이 되었을 때 호연지기는 자연스레 나오는 맑은 기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은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한 마중물로 보아야 옳다고 하겠습니다. 즉, 부끄러운 마음을 배운 후에라야 그것을 고치려는 행동이 따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부끄러움을 가지고 살아가.. 2023. 5. 9.
바다가, 허수경 (바다 시, 사랑 시) 바다가 허수경 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 바다와 사람 오늘은 거제에 있는 매미성이란 곳을 왔습니다. 매미성은 태풍 매미가 왔을 때부터 지은 것이라 합니다. 이를 지은 사람은 그 근처에 사는 주민이라고 하는데 벽돌을 하나하나 쌓은 모양을 보니, 그분이 뚝심이 느껴지는 듯도 합니.. 2023.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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