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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2

『혼자 가는 먼 집』허수경, (표정 2, 청년과 함께 이 저녁) 혼자 가는 먼 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며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2023. 8. 16.
공터의 사랑, 허수경 (사랑 시)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공터의 사랑, 허수경 출처: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사) 기억도 썩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억이 썩는 것을 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망각 없이 살아가는 삶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마음을 다치게 하는 수많은 일들을 우리는 마주하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중한 것들이 주위를 떠나갈 때, 망각하지 않는다면 쇳덩이 같은 마음..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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