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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시2

무밭에 서서 - 최문자 깊은 산에 와서도 산보다 무밭에 서 있는 게 좋아 푸른 술 다 마시고도 흰 이빨 드러내지 않는 깊은 밤의 고요 그 목소리 없는 무청이 좋아 깨끗한 새벽 저 잎으로 문지르면 신음소리 내며 흘러내릴 것 같은 속살 밤마다 잎에다 달빛이 일 저질러놓고 달아나도 그때마다 흙속으로 하얗게 내려가는 무의 그 흰 몸이 좋아 땅속에 백지 한 장 감추고 있는 그 심성도 좋아 달빛이 놓고 간 편지 한 장 들고 무작정 애를 배는 대책 없는 미혼모 같은 배 불러오는 무청의 둥근 배가 좋아 무밭을 걷는 게 좋아 내 정강이 툭툭 건드릴 때 좋아 뽑으면 쑤욱 뽑힐 것 같은 철없는 그 사랑이 좋아 -무밭에 서서, 최문자 오늘 학교에서 생선가스가 나왔다. 마음에 억눌렸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반찬 투정을 잘 하지 않으나 계속 반복되어 .. 2023. 3. 28.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 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항아리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일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듯한 달걀등을 거두어들이는 일.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 우리 학교는 농업을 중시한다. 설립 정신부터가 평민 교육을 담아낸 훌륭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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