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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시 모음2

봄비 시 모음 (2) (함민복, 도종환, 정호승) 어느날 썩은 내 가슴을 조금 파보았다 흙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 흙에 꽃씨를 심었다 어느날 꽃씨를 심은 내 가슴이 너무 궁금해서 조금 파보려고 하다가 봄비가 와서 그만두었다 - 봄비, 정호승 - 《시평》 2010년 여름호 슬몃 내리는 비 반가워 양철지붕이 소리내어 읽는다 씨앗은 약속 씨앗 같은 약속 참 많았구나 약속을 가장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가장 그리운 사람이라고 내리는 봄비 마른 풀잎 이제 마음 놓고 썩게 씨앗은 단단해졌다 언 입 풀려 수다수러워진 양철지붕 물끄러미 바라보던 개가 온몸 가죽 비틀어 빗방울을 턴다 택시! 하고 너를 먼저 부른 씨앗 누구냐 꽃피는 것 보면 알지 그리운 얼굴 먼저 떠오르지 - 봄비, 함민복 - 함민복 산문집 간밤 비에 꽃 피더니 그 봄비에 꽃 지누나 그대로 인하여 온 것들.. 2023. 4. 5.
봄비 시 모음 (문태준, 이해인, 이수복) 산에는 고사리 밭이 넓어지고 고사리 그늘이 깊어지고 늙은네 빠진 이빨 같던 두릅나무에 새순이 돋아, 하늘에 가까워져 히, 웃음이 번지겠다 산 것들이 제 무릎뼈를 주욱 펴는 봄밤 봄비다 저러다 봄 가면 뼈마디가 쑤시겠다 -봄비 맞는 두릅나무, 문태준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밭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풀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입안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봄비, 이수복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힌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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