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무밭에서서1 무밭에 서서 - 최문자 깊은 산에 와서도 산보다 무밭에 서 있는 게 좋아 푸른 술 다 마시고도 흰 이빨 드러내지 않는 깊은 밤의 고요 그 목소리 없는 무청이 좋아 깨끗한 새벽 저 잎으로 문지르면 신음소리 내며 흘러내릴 것 같은 속살 밤마다 잎에다 달빛이 일 저질러놓고 달아나도 그때마다 흙속으로 하얗게 내려가는 무의 그 흰 몸이 좋아 땅속에 백지 한 장 감추고 있는 그 심성도 좋아 달빛이 놓고 간 편지 한 장 들고 무작정 애를 배는 대책 없는 미혼모 같은 배 불러오는 무청의 둥근 배가 좋아 무밭을 걷는 게 좋아 내 정강이 툭툭 건드릴 때 좋아 뽑으면 쑤욱 뽑힐 것 같은 철없는 그 사랑이 좋아 -무밭에 서서, 최문자 오늘 학교에서 생선가스가 나왔다. 마음에 억눌렸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반찬 투정을 잘 하지 않으나 계속 반복되어 .. 2023. 3. 28. 이전 1 다음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