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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2

공터의 사랑, 허수경 (사랑 시)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공터의 사랑, 허수경 출처: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사) 기억도 썩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억이 썩는 것을 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망각 없이 살아가는 삶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마음을 다치게 하는 수많은 일들을 우리는 마주하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중한 것들이 주위를 떠나갈 때, 망각하지 않는다면 쇳덩이 같은 마음.. 2023. 6. 15.
바다가, 허수경 (바다 시, 사랑 시) 바다가 허수경 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 바다와 사람 오늘은 거제에 있는 매미성이란 곳을 왔습니다. 매미성은 태풍 매미가 왔을 때부터 지은 것이라 합니다. 이를 지은 사람은 그 근처에 사는 주민이라고 하는데 벽돌을 하나하나 쌓은 모양을 보니, 그분이 뚝심이 느껴지는 듯도 합니.. 2023.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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