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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3

꽃이 되어 새가 되어 - 나태주 지고 가기 힘겨운 슬픔 있거든 꽃들에게 맡기고 부리기도 버거운 아픔 있거든 새들에게 맡긴다 날마다 하루해는 사람들을 비껴서 강물 되어 저만큼 멀어지지만 들판 가득 꽃들은 피어서 붉고 하늘가로 스치는 새들도 본다. -꽃이 되어 새가 되어, 나태주 -출처: 시집 (문학사상사) 오늘 학생이 준비해 온 시다. 읽으며 생각한 것이 김용택 시인이 사랑하는 시를 모은 시집이었다. 그 제목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가줄지도 몰라'였던 듯하다. 요즘따라 부쩍 사람들이 우울감을 많이 느끼는 듯하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희망이라는 것도 습관인지라, 유튜브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암울한 기사들을 보면 희망을 연습할 시간도 부족하다 싶다. 그러나 이런 우울감이 단순히 떠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우울함 속에 갇혀있.. 2023. 3. 29.
봄의 언어 - 봄 시 모음, 봄 시 세 편 (3)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 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산수유나무의 농사, 문태준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꽃들아 안녕, 나태주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1, 나태주 '꽃 사세요. 꽃 사세요!' 봄이 되어 학생들의 노랫소리.. 2023. 3. 8.
첫눈 오는 날 - 겨울 시 모음 (1) 요즘 며칠 너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제 밤에도 캄캄한 밤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캄캄한 마음이었다 몇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캄캄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안았다 - 첫눈, 나태주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2022.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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